본문으로 바로가기
반응형
세상 모든 것이 있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박물관. 그런 박물관의 전시물이 생명력을
얻어 밤마다 살아난다는 참신한 상상력을 화려한 비주얼과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보여주며
쌍끌이 흥행을 했던 전작은 분명 새로움으로 인해 관객에 어필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영화의 속편을 만들지 않고 그냥 지나칠리 만무한 헐리우드임을 감안하면 이번 속편은
당연하지만 왠지 끌리지 않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등장인물이나 규모를 훨씬 키운 이 두 번째 속편은 호기로운 장담과는 달리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방대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캐릭터가 전무하고 영화의 재미라는 것이 대사에 기댄 개그 몇 마디가
전부인 이른바 제작비 값을 전혀 해내지 못한 영화로 비춰졌습니다.
 

 
일단 기대했던 것은 예고편에서 등장했던 다양한 인물과 심지어 비행기까지 등장할만큼
크나큰 박물관의 위용이었는데, 그 예고편에 등장한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쫓고 쫓기는 장면이
아닌 그저 스쳐지나가는 장면이란 것이지요. 그러니 영화적 재미를 느끼는 장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열된 캐릭터들이 깨어나는 순간에 잠시 비춰지는 장면이라 상당한
공을 들인 장면임에도 티가 안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를 살펴보면 폭군 이반과 나폴레옹, 알 카포네 등은
지나치게 희화화 되어 악당으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그들의 싸우고 내뱉는 대사들은
성인이 즐기기에는 다소 떨어지는 개그를 구사하고 있습니다.(미성년에게는 충분히 먹힐지도)
거기에 최고 악당 카문라마저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고
시종일관 떠들다가 최후를 맞이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안스러워 보였습니다.
 

 
여기에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속편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많은 전편의 캐릭터들을 모아 놨지만,
그들은 거의 대사 한마디 없이 소비되고 스쳐 지나갑니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끌어다
놓았지만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카드놀이 "원카드"처럼 많은 카드 들고 있다
허무하게 끝나 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영화에서 귀여운 구석은 있습니다. 종종 등장하는 개그 코드들은 유쾌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장면에서 등장하지요. 하지만 그 개그를 위해 영화의 진행을 가로 막기도
하는 약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러닝타임 약 한시간이 지나서야 문제 해결을 위해 뛰는
주인공들을 보니 괜히 한 시간을 돌려 받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가 다시 3편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얼핏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영화 속에서 폭스의 캐릭터인 다스 베이더가 등장하지요. 물론 그저 망가뜨려
개그의 소재로 잠시 쓰이고 사라지지만, 만약 다음 속편의 장소를 고른다면 영화 박물관
정도가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폭스의 프랜차이즈이니,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도 있을테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정도의 규모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분명 폭스에게도
다양한 영화 캐릭터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캐릭터들이 되살아 나면 흥미로울 것 같네요.
다만 조심할 것은 이번 처럼 캐릭터들을 너무 희화화 해서 악당으로서의 느낌도 들지 않을
정도로 만들면 곤란하지요. 악당은 악당처럼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강력하게 만들어야
제맛입니다.
 
이 영화가 전편만큼 사랑받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영화가 조금은 연령층을 낮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성인은 취향 상 흥미를 못느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리고 아직은 방학도
아니니 겨울에 개봉했던 전편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힘들어 보이는군요. 이 영화에 기대를
걸었던 폭스 관계자의 수심은 더욱 깊질 듯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