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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10억 을 보았다.

category 주저리주저리/영화 2014. 12.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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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꽤나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돈의 액수가 그대로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걸로 봐서는 돈에 얽힌 에피소드가 영화의 중심을 이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영화 <10억>은 돈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10억, 정확히 얘기하면 100만달러>라는 액수가 든 돈가방이 영화의 중심에 있긴 했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평온한 상태의 사람이 아닌, 극박한 상황에서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원초적인 사람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해외 TV 프로그램 중에 "어메이징 레이스(Amazing Race)"라는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한다.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전 세계를 한 바퀴 돌며 게임을 진행하고, 최종으로 남는 한 팀에게 엄청난 액수의 상금이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렇듯 이 프로에서도 매번 한 팀씩 탈락한다.

여기서 인상적인건, 이 프로그램 참가자는 자신이 탈락되는 장소가 어느 곳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프렌티스 (The Apprentice)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의 사무실이 탈락의 장소라면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를 횡단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의 여정이 어디서 멈추게 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 장소는 프라하가 될 수도, 혹은 방콕이 될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 얘기를 꺼낸 이유는 개인적으로 <10억> 영화가 이 프로그램의 이런 부분과 밀접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0억>의 주인공들도 자신이 어느 장소에서 탈락하게 될지 알 수 없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여유도 없다.

다만 틀린 점이 있다면 <어메이징 레이스>에서의 탈락이 '아쉬움, 때로는 찡한 감동'을 주는 그런 평범한 탈락이라면,

<10억>에서의 탈락은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탈락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분노와 돈에 대한 열망 등, 원초적인 부분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0억>에서는 서호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사막이 등장하다가 이내 강이나 바다가 등장하는 식이다.

또한 급변하는 경치만큼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도 극한을 오고 간다.

특히 영화 속에 나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싹트는 애뜻한 감정 묘사'는 극한의 절정을 보여준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을 해야 하는 것처럼,

"지옥같은 현실"에서도 "애뜻한 감정"이 싹트는..

극한의 대비가 발생한다.

 


<10억>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많은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주연급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은 많은 화제거리가 되지만, 때로는 우려감을 주기도 한다.

영화보다는 배우들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영화보다는 배우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억>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 주었다.

<10억>은 영화를 보면서 "저 배우는 얼마나 유명한 배우이고, 어떤 영화에 나왔었다."라는 생각보다는

"배우를 영화속의 그 배역 자체"로 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머나먼 땅 호주에서 악전고투하는 주인공들은 인기스타가 아닌,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10억>은 친절하게 관객을 이끌어가는 영화라기 보다는,

관객도 그 상황에 직접 관여해서 그들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더 직접적으로 와 닿았다)

 

최근 극장에서 4D 상영으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4D 상영은 3D 입체 안경을 끼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의자가 움직이고, 액체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는 오감 체험 형태의 상영 방식이다.

<10억>은 입체안경을 끼고 보는 3D 영화도, 오감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4D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입체안경을 끼지 않아도 영화 속 게임에 직접 참여한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도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몇몇 장면들로 스릴감을 주는 영화가 아닌,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상황에 완전히 몰입되어 스릴감을 느끼게 되는 영화가 바로 <10억>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한건,

<10억>을 감독한 조민호 감독은 스릴러 영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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