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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제목인지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니 속시원히 알게 되었다.
이 질문이 함축하고 있는 바는 <당신은 혁명전야였던 그 날, 광장에 나와 있었습니까?>이다.
배경은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로부터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꽤 떨어져 있을 법한 작은 도시.
영화는 이 작은 도시를 황량하다 할 만큼 썰렁한 모습을 비춰준다.
1989년, 유명한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인민들에 의해 물러난 뒤 16년이 지난 시점.
루마니나의 작은 도시에서 우리 도시에서도 혁명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토크쇼가 진행된다.
한 사람은 자신이 그 때 독재자가 물러나기 전에 광장에 나왔다는 억지 주장을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무참히 '탄핵'한다.
방송이 계속 진행될수록 논제가 '혁명'이 아닌 과거 경력, 거짓말 등 사소하고 쓸데없는 논쟁으로 변질된다.
두 게스트는 종이배를 접고 종이를 찢는 등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유머있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놀랄만큼 진지한 진행자 또한 유머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이 도시에서는 혁명이 없었다. 시민들은 혁명이 끝난 후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차우셰스쿠가 물러나기 전인 12시 8분 이전에 뛰쳐나왔으면 위대한 혁명 전사가 되는 것이고,
그 이후면 혁명에 참여하지 않은 매국노가 되는 것인가?
마지막 시청자의 발언은 정곡을 찌른다. 그녀는 '혁명'이 아니라 밖에 눈이 온다는 사실을 전한다.
밖에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감독은 이러한 거대한 혁명 같은 것보다는 소소한 사람들의 일상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혁명에 대한 토크쇼는 엉망이 되었지만, 루마니아의 작은 도시에서는 눈이 계속 펑펑 내렸다.
항상 어떤 것에 대해 말하든 거대 담론으로 모든 것을 얘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담론 속에 개개인을 매몰시켜버리는 것이다. '혁명'이라는 것으로 루마니아 시민을 모두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 4.19나 광주 항쟁 같은 것을 대상으로 이런 영화가 과연 만들어 질 수 있을까...?
필름포럼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상영일 마지막 회를 7명이라는 적은 관객이 보았다.
이런 영화가 좀 더 많은 상영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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